보험시장에 나타난 돌연변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은 새로운 유전적 형질을 의미하는 돌연변이. 돌연변이는 냉혹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의 과정에서 대부분은 사라지고 말지만,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일부 돌연변이는 환경에 적응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장기간 누적된 이 같은 과정은 결국 다양한 생물종의 진화로 이어진다.
함부라비 시대 최초의 해상보험이 탄생했던 시점 이후로 보험 역시 무수한 변화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보험의 속성까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경우는 드물었다. 화재나 신체 사고, 자연재해 등 다양한 위험을 대상으로 보험의 기능과 형태가 확장되어 온 것에 가까웠다.
보험의 속성은 어디까지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받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그렇지만 1950년대에 들어,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특질을 가진 보험이 등장했다. 바로 변액보험(Variable Insurance)이다.
바르다유 보험사, 최초의 변액보험을 출시하다
보험은 전통적으로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기초로, 사고 발생 시 정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가령 매달 10만원씩 납부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사망 사고 발생 시 유가족에게 5,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다.
* 종신보험: 사망 시 유가족에게 일정 금액(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
하지만 유가족의 입장에서 이 같은 지급 방식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5,000만원이 많아 보일지 몰라도, 30년 정도 후 사망 시점에서는 그 가치가 현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1956년, 네덜란드의 바르다유 보험사는 2차대전 이후 이어진 물가 상승과 보험금의 가치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이 변동되는 변액보험이었다.
변액보험은 보험사의 수익에 따라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 당시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바르다유 보험사의 신상품은 이내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복잡한 구조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저조한 수익률로 인해 고객들에게 기대만큼의 성과를 안겨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활황과 더불어 성장한 변액보험
바르다유 보험사의 시도는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변액보험은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며 주변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듬해 영국에서 보험료 일부를 펀드 투자에 활용하는 변액보험이 출시된 것을 비롯해, 1970년대 무렵까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으로도 확산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변액보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차 오일쇼크(1978~1979) 사태의 진정 이후 장기 저금리 추세에 접어들면서, 연금보험* 가입자들의 혜택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연금보험: 납입 보험료에 일정한 이율을 더해 사망 시까지 지급하는 보험 상품
주식시장의 활황은 보험 가입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주식시장이 연평균 15% 성장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쾌재를 불렀지만, 보험 가입자들에게는 그저 남의 잔치에 불과했다.
한시라도 빨리 주식시장에 동참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보험이 제공하는 위험 보장 기능과 펀드의 투자 기능이 결합된 변액보험은 이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대안이었다.
더불어 보험사들 역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보험 해약 없이도 보험금 인출이나 추가 납입이 가능한 변액유니버설 보험이 탄생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였다.
보험과 투자를 한 번에 해결하는 변액보험

보험과 투자 기능이 결합된 변액보험은 기존 보험 상품들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보험료 중 일부는 위험 보장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돼 미래의 불행을 예방해 준다.
나머지 보험료는 펀드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쓰여 보험금의 가치 하락을 막아준다. 투자 성과에 따라서는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보험과 비교하자면 돌연변이에 가깝지만, 변액보험은 변화하는 환경과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새로운 보험 상품의 하나로 자리 잡아 오고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신규 보험 상품의 40%를 변액보험이 차지할 정도였다. 국내에는 2001년 변액보험이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에는 늘 새로운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며, 이는 변액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투자 결과에 따라 손실이 날 수도 있으며, 수익 관리를 위해서는 시장 상황이나 포트폴리오에 대한 점검이 필수적이다.
일반 펀드나 보험 상품에 비해 수수료 역시 높은 편이다. 하지만 투자 결과와 무관하게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이 제공되는 점은 변액보험만이 갖는 고유의 매력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위험 보장과 투자 수익을 동시에 얻고자 한다면, 변액보험이 훌륭한 대안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교보 뉴스룸 최신 콘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