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문학 거장의 육필 원고가 한자리에!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 전시
- 초판본과 육필 원고로 만나는 김유정·염상섭·이효석·박경리·이상
- 그 시절의 작가가 되어볼까? 기록의 책상
<동백꽃>, <토지>, <표본실의 청개구리>, <날개>, 그리고 <메밀꽃 필 무렵>까지.
아마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한 번쯤 만나본 작품들일 텐데요. 한국 근현대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이 작품들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요?
그 답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있습니다.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유정, 박경리, 염상섭, 이상, 이효석 작가의 육필 원고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원고들을 한데 모아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빼곡한 수정의 흔적입니다. 수없이 고치고 다듬은 문장들은, 어떤 작품도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죠. 어쩌면 우리의 삶 역시 그렇게 조금씩 다듬어지며 완성되어 가는 건 아닐까요?
문장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그 뒤에 자리한 작가의 삶까지. 이번 전시에서 함께 만나보시죠.
김유정·염상섭·이효석·박경리·이상 작가의 육필 원고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은 작가들이 펜을 쥐고 종이에 꾹꾹 눌러쓰던 순간을 상상하며 기획된 전시입니다.
문학계의 거장 김유정, 염상섭, 이효석, 박경리, 이상 작가의 육필 원고와 초판본 등을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만나볼 작가는 <동백꽃>, <봄봄>으로 잘 알려진 김유정입니다.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병환과 가난 속에서 삶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농촌, 가난, 병환’이라는 키워드로 그의 문학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백꽃> 초판본과 이후 출판본의 표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감정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김유정 특유의 문체도 함께 느껴볼 수 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종로 방향 출입구 앞, 벤치에 앉아 있는 동상을 본 적 있으신가요?
시민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이 인물은 바로 염상섭입니다. 19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동상이죠.
그는 <표본실의 청개구리>, <삼대>, <만세전> 등을 통해 시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한국 근대문학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전시에서는 육필 저서 목록 메모부터 <숙명의 여인> 잡지 스크랩, <취우> 구상 메모까지, 작가의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공개됩니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잘 알려진 이효석의 육필 원고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봉평 장터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인연과 삶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한국 단편소설을 대표하는 수작으로 꼽힙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수필 <오월의 하늘> 육필 원고가 눈길을 끕니다. 일본어로 집필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민족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작품입니다.

박경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모두 겪으며 살아온 작가입니다.
전쟁과 상실의 경험은 그의 작품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의 대표작 <토지>는 1969년 집필을 시작해 약 25년에 걸쳐 완성된 대하소설로, 총 16권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토지>의 육필 원고를 통해, 수많은 인물과 서사가 어떻게 쌓여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상입니다. <오감도>, <날개> 등을 통해 당대에는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한국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오감도>는 기존 시의 형식을 해체하고 숫자와 배열, 비논리적 문장을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으로, 연재 도중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상의 유고 노트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생전에 발표되지 못한 글이 담긴 이 노트는, 일본어와 한자, 한글이 혼재된 드문 자료로 그 자체로도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눌러쓴 작가들의 육필 원고를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지우기’ 버튼 하나로 쉽게 고쳐 쓸 수 있는 오늘과 달리, 당시 작가들은 원고 위에 수정과 삭제를 거듭하며 글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전시된 원고에는 문장을 지운 흔적, 여백에 남긴 메모, 행간에 덧붙인 글귀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고치고 이어 쓰며 문장을 만들어가던, 그 생생한 창작의 과정이 그대로 전해지는데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들조차 단번에 작품을 완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위대한 작품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되새기고 고쳐 쓰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다듬어지죠. 어쩌면 이는 완성되지 않은 채 계속 써 내려가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시장 한편에는 ‘기록의 책상’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원고지 위에 자신의 문장을 직접 써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좋아하는 문장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 보며, 그 시절의 작가가 되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직접 만나 본 한국 문학계 거장들의 육필 원고, 어떠셨나요?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 전시는 교보문고 광화문점 내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6월 14일까지 진행됩니다. 한 줄의 문장이 완성되기까지 쌓인 수많은 수정과 시간의 과정을, 이번 전시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우고 고쳐 쓰며 완성된 문장들처럼, 우리의 삶 역시 그렇게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각자의 문장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보 뉴스룸 최신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