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9

[김종승 교수의 보험 속 역사, 역사 속 보험] 3화. 진화하는 보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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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생활상을 바꾸어 놓은 산업혁명

김종승 교수의 보험 속 역사 역사 속 보험 진화하는 보험 시장

1769년 스코틀랜드의 발명가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특허를 얻고 난 후, 인류의 삶은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었다.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증기엔진이 도입되자, 공장에서는 이제껏 상상할 수 없던 규모와 속도로 상품들을 생산해냈다. 또한 마차를 대신해 주요 운송수단으로 부상한 증기기관차는 유례없는 이동의 자유를 선사했다. 더불어 국내외 교역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새로운 국제무역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이 존재하듯, 산업혁명은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았다. 기계에 밀려 생계 수단을 잃게 된 사람들은 순식간에 빈민 신세가 되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의 슬럼가로 몰려든 사람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며 근근이 삶을 이어 갔다.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아동노동이 만연했던 것 역시 산업혁명 시대의 어두운 단면 가운데 하나다.

철도사고 증가와 함께 탄생한 여행자보험

얼핏 무관해 보이기도 하지만, 산업혁명이 초래한 변화는 보험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들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보험상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은 금융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격언이다.

1830년,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잇는 최초의 여객 철도 노선이 개통되자,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문명의 혜택을 만끽했다. 철도 시대의 개막을 알린 이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철도 투자 붐과 함께 곳곳에서 신규 노선들이 만들어졌다. 산업과 도시 구조에도 일대 변화가 뒤따른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사회문제도 생겨났다. 바로 ‘철도 사고’였다. 1849년 1월 19일 자 <더 타임스(The Times)>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실릴 정도였다.

철도 사고는 거의 매일 발생할 수 있으며, 팔다리를 잃거나 때로는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습니다.

<더 타임스(The Times)>
김종승 교수의 보험 속 역사 역사 속 보험 진화하는 보험 시장

철도 사고라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자, 이를 기회로 여긴 보험사들은 그 누구보다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바로 철도 이용객을 위한 보험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1848년, 영국의 한 보험회사는(‘Railway Passengers Assurance Company’)는 철도 사고나 부상 위험에 대비한 최초의 여행자 보험상품을 선보였다. 이후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열차표와 보험증권을 동시에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일 만큼 여행자보험은 널리 활용되었다.

증가하는 위험, 다양해지는 보험

김종승 교수의 보험 속 역사 역사 속 보험 진화하는 보험 시장

17세기 런던 대화재를 계기로 화재보험 상품이 큰 인기를 끌자, 새로운 보험상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여행자보험은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생겨난 여러 보험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처럼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들이 하나둘씩 탄생한 것은, 어찌보면 보험산업에 나타난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의 일부였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 사용이 늘자, 이를 타깃으로 한 보험상품이 출시된 것 역시 그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다. 초기 산업혁명 시대의 사업가들에게는, 증기엔진의 폭발이나 기계 고장과 같은 일이 그 무엇보다 심각한 위험 요인이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그에 따른 피해 역시 막심했다. 하지만 이 시기 등장했던 기계보험은 수리 비용이나 영업 손실에 따른 사업주들의 시름을 한층 덜어주었다.

한편 위험이 구체화, 세부화될수록 보험상품도 더욱 정교해졌다. 근로자의 부상이나 사망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근로자 재해보험, 인근 주민이나 공동체의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배상책임보험 역시 산업혁명을 계기로 나타났던 새로운 보험들이다.

보험의 진화는 계속된다

Kyobo 필진 김종승 3편04

새로운 위험의 등장과 함께 보험의 모습이 변해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화로 인구가 늘고 절도·강도 등 범죄가 늘어나자 생겨난 것은 도난·강도 보험이었다. 물품 도난이나 범죄 발생을 우려하던 당시 사장님들의 근심을 덜어준 상품이다. 아울러 유아 사망률이 여전히 높던 이 시기에는 부모들의 애틋한 마음을 파고든 상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플 때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사망 시 장례비를 지원해 주던 자녀보험이 대표적이다.

1885년 카를 벤츠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발명한 이래 새롭게 등장한 자동차 보험은 이후 보험산업의 고속성장을 주도한 촉매제였다. 1897년 미국의 민간보험회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에 의해 최초로 도입된 이래,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가입하고 있는 필수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해상사고나 화재 위험 외에도, 사람들은 이제 보험을 통해 다양한 사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위험의 모습이야 천차만별이지만, 이들 보험은 장래에 발생할 재산적 손실을 보상해 준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손해보험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화재보험 이후 나타난 보험상품들은, 산업혁명 이후 초래된 새로운 위험과 그에 대한 인간의 대응력을 보여주는 단면들과도 같다. 환경에 적응해 진화를 거듭해 온 여느 생명체들처럼, 보험시장의 진화 역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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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승

역사와 인문으로 금융을 해석하는 전문 커뮤니케이터

변호사, 금융연수원 교수
금융 교양서인 <경제 에스프레소 요즘 금융>등 발간을 통해 독자들의 금융 문해력 향상을 돕고 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교보생명 뉴스룸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합니다.

[김종승 교수의 보험 속 역사, 역사 속 보험] 3화. 진화하는 보험 시장 인류의 생활상을 바꾸어 놓은 산업혁명 1769년 스코틀랜드의 발명가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특허를 얻고 난 후, 인류의 삶은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었다.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증기엔진이 도입되자, 공장에서는 이제껏 상상할 수 없던 규모와 속도로 상품들을 생산해냈다. 또한 마차를 대신해 주요 운송수단으로 부상한 증기기관차는 유례없는 이동의 자유를 선사했다. 더불어 국내외 교역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새로운 국제무역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이 존재하듯, 산업혁명은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았다. 기계에 밀려 생계 수단을 잃게 된 사람들은 순식간에 빈민 신세가 되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의 슬럼가로 몰려든 사람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며 근근이 삶을 이어 갔다.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아동노동이 만연했던 것 역시 산업혁명 시대의 어두운 단면 가운데 하나다. 철도사고 증가와 함께 탄생한 여행자보험 얼핏 무관해 보이기도 하지만, 산업혁명이 초래한 변화는 보험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들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보험상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은 금융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격언이다. 1830년,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잇는 최초의 여객 철도 노선이 개통되자,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문명의 혜택을 만끽했다. 철도 시대의 개막을 알린 이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철도 투자 붐과 함께 곳곳에서 신규 노선들이 만들어졌다. 산업과 도시 구조에도 일대 변화가 뒤따른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사회문제도 생겨났다. 바로 ‘철도 사고’였다. 1849년 1월 19일 자 <더 타임스(The Times)>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실릴 정도였다. 철도 사고는 거의 매일 발생할 수 있으며, 팔다리를 잃거나 때로는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습니다. <더 타임스(The Times)> 철도 사고라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자, 이를 기회로 여긴 보험사들은 그 누구보다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바로 철도 이용객을 위한 보험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1848년, 영국의 한 보험회사는(‘Railway Passengers Assurance Company’)는 철도 사고나 부상 위험에 대비한 최초의 여행자 보험상품을 선보였다. 이후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열차표와 보험증권을 동시에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일 만큼 여행자보험은 널리 활용되었다. 증가하는 위험, 다양해지는 보험 17세기 런던 대화재를 계기로 화재보험 상품이 큰 인기를 끌자, 새로운 보험상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여행자보험은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생겨난 여러 보험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처럼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들이 하나둘씩 탄생한 것은, 어찌보면 보험산업에 나타난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의 일부였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 사용이 늘자, 이를 타깃으로 한 보험상품이 출시된 것 역시 그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다. 초기 산업혁명 시대의 사업가들에게는, 증기엔진의 폭발이나 기계 고장과 같은 일이 그 무엇보다 심각한 위험 요인이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그에 따른 피해 역시 막심했다. 하지만 이 시기 등장했던 기계보험은 수리 비용이나 영업 손실에 따른 사업주들의 시름을 한층 덜어주었다. 한편 위험이 구체화, 세부화될수록 보험상품도 더욱 정교해졌다. 근로자의 부상이나 사망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근로자 재해보험, 인근 주민이나 공동체의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배상책임보험 역시 산업혁명을 계기로 나타났던 새로운 보험들이다. 보험의 진화는 계속된다 새로운 위험의 등장과 함께 보험의 모습이 변해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화로 인구가 늘고 절도·강도 등 범죄가 늘어나자 생겨난 것은 도난·강도 보험이었다. 물품 도난이나 범죄 발생을 우려하던 당시 사장님들의 근심을 덜어준 상품이다. 아울러 유아 사망률이 여전히 높던 이 시기에는 부모들의 애틋한 마음을 파고든 상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플 때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사망 시 장례비를 지원해 주던 자녀보험이 대표적이다. 1885년 카를 벤츠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발명한 이래 새롭게 등장한 자동차 보험은 이후 보험산업의 고속성장을 주도한 촉매제였다. 1897년 미국의 민간보험회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에 의해 최초로 도입된 이래,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가입하고 있는 필수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해상사고나 화재 위험 외에도, 사람들은 이제 보험을 통해 다양한 사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위험의 모습이야 천차만별이지만, 이들 보험은 장래에 발생할 재산적 손실을 보상해 준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손해보험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화재보험 이후 나타난 보험상품들은, 산업혁명 이후 초래된 새로운 위험과 그에 대한 인간의 대응력을 보여주는 단면들과도 같다. 환경에 적응해 진화를 거듭해 온 여느 생명체들처럼, 보험시장의 진화 역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aboutAUTHOR김종승역사와 인문으로 금융을 해석하는 전문 커뮤니케이터 변호사, 금융연수원 교수금융 교양서인 <경제 에스프레소 요즘 금융>등 발간을 통해 독자들의 금융 문해력 향상을 돕고 있다.※ 이 칼럼의 내용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교보생명 뉴스룸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합니다. 김종승 교수의 보험 속 역사, 역사 속 보험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