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2

[김성일의 마법의 연금 포트폴리오] 4편. 고른 재료를 어떻게 섞을까, K-올웨더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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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고른 다음

지난 3편 ‘ETF를 고르는 법’에서 김정현 씨는 ETF라는 재료를 고르는 눈을 갖췄다.

무엇을 담고 있는 상품인지, 비용은 싼지, 규모와 거래는 넉넉한지, 지수를 잘 따라가는지를 따지는 자기만의 기준이 생겼다. 이제 장바구니에는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 금 같은 재료가 하나씩 담겨 있다.

필진 김성일 4편

그런데 재료를 잘 골랐다고 좋은 요리가 되지는 않는다. 비빔밥을 만들 때도 밥과 참치와 나물이 아무리 좋아도, 어떤 비율로 넣고 어떻게 비비느냐에 따라 맛이 갈린다.

투자도 비슷하다. 고른 재료를 어떤 비중으로 섞을 것인가. 이번 글의 주제는 그 레시피, 곧 자산 배분이다.

수익을 가르는 것은 종목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무엇을 살까’, ‘최적의 매매 시점은 언제일까’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의 결론은 조금 다르다.

장기 성과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종목 고르기나 매매 시점 찾기가 아니라, ‘자산을 어떻게 나눠 담았느냐라’는 것이다.

필진 김성일 4편

1986년 미국의 브린슨(Brinson) 연구진은 포트폴리오 성과의 90% 이상이 자산 배분으로 설명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종목 선정과 매매 타이밍의 영향은 다 합쳐도 10%가 안 됐다.

미국 예일대학의 기금을 오래 운용한 데이비드 스웬슨은 이렇게 말했다.

투자자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산 배분과 비용, 그리고 세금뿐이며, 그중 자산배분이 가장 중요하다.

한 자산에 전부를 걸면, 그 자산이 무너질 때 함께 무너진다. 주식 하나만 담았다면 시장이 반 토막 날 때 내 노후 자금도 반 토막 난다.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한국 주식도, 미국 주식도 고점에서 반토막이나 손실난 적이 있다. 회복에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그런 하락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노후 생활의 기반이 흔들리는 재기가 어려운 충격이다.

개인 투자자가 어떤 종목이 오를지 매번 맞히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산을 어떻게 나눌지는 지금 당장 내가 정할 수 있다. 맞힐 수 없는 종목에 매달리기보다 통제할 수 있는 자산 배분에 집중하는 편이 현명하다. 특히 바쁜 직장인과 초보 투자자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재료들

자산 배분은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재료를 함께 담는 일이다. 지난 글에서 봤듯 재료마다 역할이 다르다.

  • 주식은 장기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성장 엔진
  • 국채는 주식이 흔들릴 때 완충해 주는 방패
  • 금, 달러 자산은 위기 국면에서 오히려 값이 오르며 포트폴리오를 지탱해 주는 자산

음식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밥만 먹으면 목이 메고 고기만 먹으면 물린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무기질이 골고루 담긴 비빔밥이라야 든든한 한 끼가 된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어느 자산에나 잘나가는 국면과 부진한 국면이 따로 있어, 한 가지만으로는 온전한 상차림이 되지 않는다. 주식이라는 열량에 국채라는 균형, 금과 달러라는 면역력을 함께 담아야 어떤 계절에도 적합한 식단이 완성된다.

이들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식이 빠질 때 국채가 버텨 주고, 원화가 약해질 때 달러 자산이 그 손실을 메운다. 재료를 고루 담으면 한쪽이 좋지 않을 때 다른 쪽이 받쳐 주니, 포트폴리오 전체의 출렁임이 줄어든다.

필진 김성일 4편

2000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가가 폭락하던 여러 시기에 주식이 반토막이 났지만, 국채와 금, 달러가 오히려 상승하며 주가 하락 폭의 상당분을 상쇄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분산의 힘은 시장이 무너질 때 진가를 드러낸다.

분산의 세 가지 축

제대로 나누려면 세 방향으로 분산해야 한다.

  1. 자산의 분산
    주식, 채권, 금 같은 실물자산으로 성격이 다른 자산을 섞는다.
  2. 지역의 분산
    한국 같은 신흥국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 나눠, 특정 나라의 부진에 전부가 휘둘리지 않게 한다.
  3. 통화의 분산
    원화 자산만 갖고 있으면 위기 때 원화가 약해지면서 그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달러로 움직이는 자산을 일부 담아 두면 충격이 완화된다. 실제로 큰 위기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가 강해지는 일이 반복됐는데, 달러 자산은 그럴 때 방파제 역할을 한다.

김정현 씨의 포트폴리오, K-올웨더

‘K-올웨더’ 포트폴리오는 이 원칙을 담아 다듬은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만든 ‘올웨더(전천후)’ 자산 배분을, 한국 투자자의 환경에 맞게 고쳤다. 이름 그대로 경제에 어떤 계절이 와도 견디도록 설계한 조합이다.

원조 올웨더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국채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자산이 모두 달러로 되어 있어 통화 분산이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서 채권 비중을 낮춰 수익성을 높이고, 원화 자산과 달러 자산을 함께 담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쳤다.

구성은 단순하다. 자산을 주식, 국채, 대체투자(금과 달러) 세 가지로 나눈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필진 김성일 4편
  • 주식 50%: 득점을 책임지는 공격수
  • 국채 30%: 시장이 흔들릴 때 골문을 지키는 수비수
  • 금 20%: 또 다른 수비수

주식으로 수익을 좇되, 국채와 금으로 그 변동성을 낮추는 진형이다.

수비를 맡는 국채는 만기가 긴 장기채 위주로 담는다. 주가가 크게 흔들릴 때 장기국채는 값이 더 크게 튀어 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계좌를 방어하는 힘이 세다. 금은 화폐 가치가 흔들리거나 위기가 닥칠 때 빛을 발하며, 주식이나 채권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준다.

여기서 달러는 따로 사지 않아도 된다. 미국 주식이나 미국 국채, 금을 환헤지 없이 담으면, 자산과 함께 달러도 자연스럽게 사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본 환노출형이 통화 분산의 역할을 대신한다.

김정현 씨처럼 위험을 크게 감내하기 어려운 사람은, 이 세 자산의 비율은 그대로 둔 채 현금성 자산의 비중만 늘려(대략 5%에서 40% 사이) 전체 위험 수준을 낮출 수 있다. 더 안정적으로 갈수록 기대 수익도 그만큼 낮아지니, 그 사이에서 자기 성향에 맞는 지점을 고르면 된다. 어느 지점을 고르든 핵심은 특정 종목이 아닌 비율이다.

필진 김성일 4편

<K-올웨더 포트폴리오>

구분 자산군 ETF 상품명 MP 성장형 중립형 안정형
선진국
주식
미국
주식
KODEX 미국 S&P500 25.0% 24.0% 20.0% 15.0%
ACE 미국 S&P500
신흥국
주식
한국
주식
PLUS 200 8.4% 8.0% 6.7% 5.0%
RISE 200
신흥국
주식
중국
주식
KODEX 차이나 CSI300 8.3% 8.0% 6.7% 5.0%
TIGER 차이나 CSI300
신흥국
주식
인도
주식
KODEX 인도 Nifty50 8.3% 8.0% 6.6% 5.0%
TIGER 인도니프티 50
선진국
국채
미국
국채
ACE 미국 30년국채액티브 15.0% 14.0% 12.0% 9.0%
PLUS 미국채 30년 액티브
신흥국
국채
한국
국채
RISE KIS 국고채 30년 Enhanced 15.0% 14.0% 12.0% 9.0%
TIGER 국고채 30년 스트립액티브
대체
투자
금 ACE KRX 금현물 20.0% 19.0% 16.0% 12.0%
TIGER KRX 금현물
현금성
자산
현금성
자산
SOL 초단기채권액티브 0.0% 5.0% 20.0% 40.0%
SOL CD 금리&머니마켓액티브
합계 100% 100% 100% 100%

김정현 씨는 이 비율을 자신의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계좌에 나눠 담기로 했다. 앞서 고른 국내외 주식, 국채, 금 ETF를 정해 둔 비중대로 사들이니, 한 종목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런 배분은 ETF 덕에 개인에게도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미국 국채나 금에 골고루 나눠 담으려면 큰돈과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지금은 각 자산을 대표하는 ETF를 몇 주씩 사기만 하면 된다. 지난 글에서 재료 고르는 법을 먼저 익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좋은 레시피도 나온다.

나이에 맞춰 조절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위험을 감당할 여력은 시간에 따라 바뀐다. 젊을수록 손실을 회복할 시간이 많으니, 주식 비중을 조금 더 실어도 되고, 은퇴 이후에는 현금과 안전자산을 늘려 방어를 두껍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정현 씨도 지금은 어느 정도 공격적으로 가다가, 60세 은퇴 후에는 앞서 말한 현금 비중을 높여 안정형 쪽으로 무게를 옮겨 갈 생각이다.

자산배분의 힘

이렇게 나눠 담으면 수익을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답은 세계의 큰돈을 굴리는 연기금이 이미 보여 주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보면 우리 국민연금은 주식 45%, 채권 38%, 대체투자 16%로 나눠 담는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도 비중만 다를 뿐 모두 자산 배분으로 굴린다.

기관마다 목표도 다르고 나가야 할 돈의 구조도 다르지만, 한 자산에 몰아넣는 곳은 없다. 이유는 하나다. 약속된 연금을 차질 없이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해 크게 버는 것보다 어느 해에도 크게 잃지 않는 것이 이들에게는 먼저다.

이들의 성과는 어땠을까? 글로벌 SWF가 집계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다음과 같다.

  • 캐나다 CPPIB: 9.2%
  • 호주 ART: 8.1%
  • 국민연금: 6.6%

※ 조사 대상 25개 연기금 평균: 6.9%

노벨 재단은 더 극적이다. 처음에는 원금을 잃지 않겠다고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하다 기금이 바닥날 뻔했고, 자산 배분으로 돌아선 뒤에는 최근 10년 연 8.3%를 내며 120년째 상금을 주고 있다.

수백조 원을 굴리는 곳들이 하나같이 이 방식을 쓴다. 투자 초보일수록 굳이 다른 길을 찾기보다, 연기금이 이미 검증한 방법을 따라 하는 편이 안전하다.

진짜 차이는 위험에서 드러난다.

K-올웨더를 1999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26년간 모의로 굴려 보면, 미국과 한국 주식이 한때 고점 대비 절반 넘게(-50% 이상) 빠지는 동안, 이 포트폴리오의 최대 하락 폭은 -8%에서 -13% 수준에 그쳤다.

가격이 출렁이는 폭도 주식의 3분의 1 정도였다. 주식만 담았다면 원금을 회복하는 데 6년 가까이 걸렸을 구간에서도, 이 조합은 2년 안팎이면 제자리를 찾았다. 수익은 지키면서 밤잠 설치게 하는 위험만 덜어 낸 셈이다. 그래서 자산 배분은 흔히 ‘공짜 점심’에 비유된다.

투자는 ‘감수한 위험 대비 얼마를 벌었나’로도 따져야 한다. 이 잣대로 보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같은 크기의 마음고생을 견뎠을 때, 이 포트폴리오가 안겨 준 보상은 주식 하나에 몰아넣었을 때의 세 배에 가까웠다. 26년 사이에는 정보기술 거품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주식과 채권이 함께 빠진 2022년 같은 험한 구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손실이 난 해 자체가 드물었고, 손실이 나더라도 이듬해에는 대개 두 자릿수로 회복했다. 이 ‘꾸준함’이야말로 자산 배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한 달에 한 번, 원래대로

마지막은 리밸런싱이다.

시간이 지나면 잘 오른 자산의 비중은 커지고 부진한 자산의 비중은 줄어, 처음 정한 비율이 흐트러진다. 이를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일이 리밸런싱이다. 한달에 한 번 정도, 비중이 커진 자산을 조금 팔고 줄어든 자산을 그만큼 사서 균형을 맞추면 된다.

필진 김성일 4편

예를 들어 주식이 크게 올라 목표한 50%를 넘어 60%가 됐다면, 늘어난 10%포인트만큼을 팔아 값이 덜 오른 국채나 금을 채운다. 오른 것을 팔고 내린 것을 사는, 곧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규칙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저절로 지켜진다. 사람의 본능은 오르는 자산을 더 사고 싶어 하지만, 리밸런싱은 그 반대로 움직이도록 규칙이 대신 붙잡아 준다.

여기서 연금 계좌의 숨은 장점이 하나 더 드러난다. 일반 계좌라면 자산을 팔아 이익이 날 때마다 세금을 떼이지만, 연금저축이나 IRP 안에서는 사고팔아도 당장 세금을 내지 않는다(과세이연). 리밸런싱을 세금 걱정 없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릇을 잘 고른 보람이 운용 단계에서도 이어진다.

이제 김정현 씨는 재료를 고르고, 레시피대로 섞고, 정기적으로 다듬는 법까지 익혔다.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이렇게 15년간 쌓아 올린 자산을, 60세부터는 어떻게 꺼내 써야 세금을 아끼면서 평생 마르지 않는 월급으로 만들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김정현 씨의 은퇴, 곧 연금을 ‘받는’ 기술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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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이사

국책은행부터 투자자문사까지 20년 이상 현장에서 돈의 흐름을 연구해온 금융 전문가.
연금 투자 분야의 베스트셀러 <연금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의 저자로,
유튜브 채널 ‘김성일 TV’와 강연을 통해 연금과 자산 배분의 실전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교보생명 뉴스룸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합니다.

[김성일의 마법의 연금 포트폴리오] 4편. 고른 재료를 어떻게 섞을까, K-올웨더 포트폴리오 재료를 고른 다음 지난 3편 ‘ETF를 고르는 법’에서 김정현 씨는 ETF라는 재료를 고르는 눈을 갖췄다. ▶ 3편. 그릇에 담을 재료, ETF를 고르는 법+ [김성일의 ‘마법의 연금 포트폴리오’] 3편. 그릇에 담을 재료, ETF를 고르는 법 무엇을 담고 있는 상품인지, 비용은 싼지, 규모와 거래는 넉넉한지, 지수를 잘 따라가는지를 따지는 자기만의 기준이 생겼다. 이제 장바구니에는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 금 같은 재료가 하나씩 담겨 있다. 그런데 재료를 잘 골랐다고 좋은 요리가 되지는 않는다. 비빔밥을 만들 때도 밥과 참치와 나물이 아무리 좋아도, 어떤 비율로 넣고 어떻게 비비느냐에 따라 맛이 갈린다. 투자도 비슷하다. 고른 재료를 어떤 비중으로 섞을 것인가. 이번 글의 주제는 그 레시피, 곧 자산 배분이다. 수익을 가르는 것은 종목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무엇을 살까’, ‘최적의 매매 시점은 언제일까’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의 결론은 조금 다르다. 장기 성과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종목 고르기나 매매 시점 찾기가 아니라, ‘자산을 어떻게 나눠 담았느냐라’는 것이다. 1986년 미국의 브린슨(Brinson) 연구진은 포트폴리오 성과의 90% 이상이 자산 배분으로 설명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종목 선정과 매매 타이밍의 영향은 다 합쳐도 10%가 안 됐다. 미국 예일대학의 기금을 오래 운용한 데이비드 스웬슨은 이렇게 말했다. 투자자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산 배분과 비용, 그리고 세금뿐이며, 그중 자산배분이 가장 중요하다. 한 자산에 전부를 걸면, 그 자산이 무너질 때 함께 무너진다. 주식 하나만 담았다면 시장이 반 토막 날 때 내 노후 자금도 반 토막 난다.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한국 주식도, 미국 주식도 고점에서 반토막이나 손실난 적이 있다. 회복에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그런 하락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노후 생활의 기반이 흔들리는 재기가 어려운 충격이다. 개인 투자자가 어떤 종목이 오를지 매번 맞히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산을 어떻게 나눌지는 지금 당장 내가 정할 수 있다. 맞힐 수 없는 종목에 매달리기보다 통제할 수 있는 자산 배분에 집중하는 편이 현명하다. 특히 바쁜 직장인과 초보 투자자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재료들 자산 배분은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재료를 함께 담는 일이다. 지난 글에서 봤듯 재료마다 역할이 다르다. 주식은 장기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성장 엔진 국채는 주식이 흔들릴 때 완충해 주는 방패 금, 달러 자산은 위기 국면에서 오히려 값이 오르며 포트폴리오를 지탱해 주는 자산 음식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밥만 먹으면 목이 메고 고기만 먹으면 물린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무기질이 골고루 담긴 비빔밥이라야 든든한 한 끼가 된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어느 자산에나 잘나가는 국면과 부진한 국면이 따로 있어, 한 가지만으로는 온전한 상차림이 되지 않는다. 주식이라는 열량에 국채라는 균형, 금과 달러라는 면역력을 함께 담아야 어떤 계절에도 적합한 식단이 완성된다. 이들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식이 빠질 때 국채가 버텨 주고, 원화가 약해질 때 달러 자산이 그 손실을 메운다. 재료를 고루 담으면 한쪽이 좋지 않을 때 다른 쪽이 받쳐 주니, 포트폴리오 전체의 출렁임이 줄어든다. 2000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가가 폭락하던 여러 시기에 주식이 반토막이 났지만, 국채와 금, 달러가 오히려 상승하며 주가 하락 폭의 상당분을 상쇄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분산의 힘은 시장이 무너질 때 진가를 드러낸다. 분산의 세 가지 축 제대로 나누려면 세 방향으로 분산해야 한다. 자산의 분산주식, 채권, 금 같은 실물자산으로 성격이 다른 자산을 섞는다. 지역의 분산한국 같은 신흥국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 나눠, 특정 나라의 부진에 전부가 휘둘리지 않게 한다. 통화의 분산원화 자산만 갖고 있으면 위기 때 원화가 약해지면서 그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달러로 움직이는 자산을 일부 담아 두면 충격이 완화된다. 실제로 큰 위기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가 강해지는 일이 반복됐는데, 달러 자산은 그럴 때 방파제 역할을 한다. 김정현 씨의 포트폴리오, K-올웨더 ‘K-올웨더’ 포트폴리오는 이 원칙을 담아 다듬은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만든 ‘올웨더(전천후)’ 자산 배분을, 한국 투자자의 환경에 맞게 고쳤다. 이름 그대로 경제에 어떤 계절이 와도 견디도록 설계한 조합이다. 원조 올웨더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국채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자산이 모두 달러로 되어 있어 통화 분산이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서 채권 비중을 낮춰 수익성을 높이고, 원화 자산과 달러 자산을 함께 담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쳤다. 구성은 단순하다. 자산을 주식, 국채, 대체투자(금과 달러) 세 가지로 나눈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주식 50%: 득점을 책임지는 공격수 국채 30%: 시장이 흔들릴 때 골문을 지키는 수비수 금 20%: 또 다른 수비수 주식으로 수익을 좇되, 국채와 금으로 그 변동성을 낮추는 진형이다. 수비를 맡는 국채는 만기가 긴 장기채 위주로 담는다. 주가가 크게 흔들릴 때 장기국채는 값이 더 크게 튀어 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계좌를 방어하는 힘이 세다. 금은 화폐 가치가 흔들리거나 위기가 닥칠 때 빛을 발하며, 주식이나 채권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준다. 여기서 달러는 따로 사지 않아도 된다. 미국 주식이나 미국 국채, 금을 환헤지 없이 담으면, 자산과 함께 달러도 자연스럽게 사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본 환노출형이 통화 분산의 역할을 대신한다. 김정현 씨처럼 위험을 크게 감내하기 어려운 사람은, 이 세 자산의 비율은 그대로 둔 채 현금성 자산의 비중만 늘려(대략 5%에서 40% 사이) 전체 위험 수준을 낮출 수 있다. 더 안정적으로 갈수록 기대 수익도 그만큼 낮아지니, 그 사이에서 자기 성향에 맞는 지점을 고르면 된다. 어느 지점을 고르든 핵심은 특정 종목이 아닌 비율이다. <K-올웨더 포트폴리오> .kyobo-etf-table-wrap { width: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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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올웨더를 1999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26년간 모의로 굴려 보면, 미국과 한국 주식이 한때 고점 대비 절반 넘게(-50% 이상) 빠지는 동안, 이 포트폴리오의 최대 하락 폭은 -8%에서 -13% 수준에 그쳤다. 가격이 출렁이는 폭도 주식의 3분의 1 정도였다. 주식만 담았다면 원금을 회복하는 데 6년 가까이 걸렸을 구간에서도, 이 조합은 2년 안팎이면 제자리를 찾았다. 수익은 지키면서 밤잠 설치게 하는 위험만 덜어 낸 셈이다. 그래서 자산 배분은 흔히 ‘공짜 점심’에 비유된다. 투자는 ‘감수한 위험 대비 얼마를 벌었나’로도 따져야 한다. 이 잣대로 보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같은 크기의 마음고생을 견뎠을 때, 이 포트폴리오가 안겨 준 보상은 주식 하나에 몰아넣었을 때의 세 배에 가까웠다. 26년 사이에는 정보기술 거품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주식과 채권이 함께 빠진 2022년 같은 험한 구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손실이 난 해 자체가 드물었고, 손실이 나더라도 이듬해에는 대개 두 자릿수로 회복했다. 이 ‘꾸준함’이야말로 자산 배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한 달에 한 번, 원래대로 마지막은 리밸런싱이다. 시간이 지나면 잘 오른 자산의 비중은 커지고 부진한 자산의 비중은 줄어, 처음 정한 비율이 흐트러진다. 이를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일이 리밸런싱이다. 한달에 한 번 정도, 비중이 커진 자산을 조금 팔고 줄어든 자산을 그만큼 사서 균형을 맞추면 된다. 예를 들어 주식이 크게 올라 목표한 50%를 넘어 60%가 됐다면, 늘어난 10%포인트만큼을 팔아 값이 덜 오른 국채나 금을 채운다. 오른 것을 팔고 내린 것을 사는, 곧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규칙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저절로 지켜진다. 사람의 본능은 오르는 자산을 더 사고 싶어 하지만, 리밸런싱은 그 반대로 움직이도록 규칙이 대신 붙잡아 준다. 여기서 연금 계좌의 숨은 장점이 하나 더 드러난다. 일반 계좌라면 자산을 팔아 이익이 날 때마다 세금을 떼이지만, 연금저축이나 IRP 안에서는 사고팔아도 당장 세금을 내지 않는다(과세이연). 리밸런싱을 세금 걱정 없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릇을 잘 고른 보람이 운용 단계에서도 이어진다. 이제 김정현 씨는 재료를 고르고, 레시피대로 섞고, 정기적으로 다듬는 법까지 익혔다.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이렇게 15년간 쌓아 올린 자산을, 60세부터는 어떻게 꺼내 써야 세금을 아끼면서 평생 마르지 않는 월급으로 만들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김정현 씨의 은퇴, 곧 연금을 ‘받는’ 기술로 들어간다. ※ 본 콘텐츠는 특정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개인의 재무 상황과 투자 목적을 고려해, 관련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aboutAUTHOR김성일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이사국책은행부터 투자자문사까지 20년 이상 현장에서 돈의 흐름을 연구해온 금융 전문가. 연금 투자 분야의 베스트셀러 <연금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의 저자로, 유튜브 채널 ‘김성일 TV’와 강연을 통해 연금과 자산 배분의 실전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이 칼럼의 내용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교보생명 뉴스룸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합니다. 김성일의 ‘마법 연금 포트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