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마음을 그림으로 만나다! <돌고 돌아 Full Circle> 전시
- 국동완, 박정혜, 이은실, 정주원 네 명의 회화 작가가 표현해낸 ‘내면’
-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쯤에 있나요? 체험으로 나를 마주하기
하루에도 수백 개의 콘텐츠를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헷갈릴 때 말이죠.
AI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글이 넘쳐나는 요즘, 우리의 취향과 감각은 점점 더 빠르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내가 진짜 끌리는 것,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은 오히려 흐릿해지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잠시 시선을 바깥이 아닌 안으로 돌려보면 어떨까요? 화려한 자극 대신 무의식과 본능, 감정 같은 아주 인간적인 감각을 따라가 보는 겁니다.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돌고 돌아 Full Circle> 전시는 바로 그 감각을 들여다보게 하는 전시입니다. 지금 함께 만나볼까요?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캔버스 위로

이번 교보아트스페이스 <돌고 돌아 Full Circle> 전시에는 국동완, 박정혜, 이은실, 정주원 네 명의 회화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과 감각을 캔버스 위에 펼쳐냈는데요.
꿈이나 욕망 같은 본성부터 슬픔, 분노, 즐거움 같은 날것의 감정까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국동완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연필로 그려졌습니다. 디지털 도구가 넘쳐나는 시대에 가장 원초적인 도구인 연필을 택한 것은 자신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마주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한데요.
작가는 이를 ‘회광반조*’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즉흥적으로 끌어내는 드로잉 방식을 뜻하죠.
* 회광반조(回光返照):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는 뜻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불교 수행을 뜻함

특히 그의 연작 ‘사원들’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신군부의 검열로 삭제됐던 은숙의 연극 대사를 밑그림 삼아 새롭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지워졌던 문장을 다시 화면 위에 불러내며, 기억과 기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박정혜 작가의 작품은 하나의 형상이나 의미로 쉽게 규정되지 않습니다. 세상에 존재하지만 눈으로 붙잡기 어려운 감각을 층층이 쌓인 색과 형태를 통해 회화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그의 작업이 포착하는 것은 빛과 물, 열처럼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우리 몸의 경험입니다.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기운은 화면 위에서 색채와 리듬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죠.
특히 <흐름>에는 여러 자루의 연필이 한 방향을 향해 놓인 듯한 모습이 등장합니다. 단순한 사물이지만, 반복되는 방향성과 움직임이 화면 전체에 리듬을 만들며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다른 작품 <루팅 클로버>에는 클로버가 등장하지만, 그 의미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힙니다. 누군가에는 행운의 상징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억이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되며 작품의 해석을 열어둡니다.

이은실 작가의 작품은 장지 위에 수묵 채색으로 그려졌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흐릿한 경계와 부드러운 색감은 쉽게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작업은 사회적으로 감춰지거나 금기시되는 인간의 욕망을 향합니다. 동물의 꼬리나 인간의 피부와 같은 이미지로 그 감각을 화면 위에 드러내는데요.
<예민한 심장>, <망상의 일렁임> 같은 작품명은 그 세계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선명하게 포착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한 미세한 감각들이 수묵의 번짐 속에서 천천히 퍼져 나갑니다.

정주원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백토와 동양화 물감으로 완성됐습니다. 재료가 가진 거칠고 묵직한 질감이 화면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데요. 그 투박함이 꾸밈없는 감정의 결을 더욱 선명하게 전합니다.
작가는 그 위에 삶과 죽음, 돌봄과 노화처럼 시간이 흐르며 생겨나는 감정과 현상을 담아냅니다.
<그냥 지켜봐 주는 사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형태가 나란히 서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엎드린 위로 살짝 얹어보는 위로>는 제목부터 마음을 건드리는데요. 커다란 손이 무언가를 조용히 감싸 안듯 덮고 있는 모습은, 말없이 곁에 머무는 위로의 온도를 전합니다.
직접 느껴보는 내면의 감각

전시장 안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 요소도 마련돼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부드럽고 다정한 피치 퍼즈(Peach Fuzz) 컬러의 공간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작품을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신발을 벗는다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묘한 해방감이 느껴지는데요. 외부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맨발로 바닥을 딛는 순간,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각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인간의 내면과 감각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죠.

또 다른 체험은 ‘내면의 지형도’를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이곳에는 꿈(잔상), 생동, 평온, 불안, 슬픔, 돌봄, 욕망까지 일곱 가지 감정의 결이 펼쳐져 있는데요. 전시를 감상한 뒤 지금 나의 내면과 가장 가까운 곳에 스티커를 붙여보는 방식입니다.
작품 앞에서 스쳐 지나간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에도 한 번 더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 앞에 머무는 동안, 어느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던 감정과 감각들이 작품을 통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을 테니까요.
<돌고 돌아 Full Cirlce>展은 교보문고 광화문점 내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8월 30일(일)까지 진행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좀처럼 꺼내기 어려웠던 질문들, 이번 전시를 통해 천천히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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