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일을 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직금이 쌓인다. 과거에는 퇴직금 제도만 있었지만 2005년부터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되면서 DB형 또는 DC형 상품을 선택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퇴직금 제도 또는 DB형 퇴직연금 제도를 선택한 경우라면 퇴직금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퇴직금 금액이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 연수를 곱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급여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퇴직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그에 반해 DC형을 선택한 경우에는 회사로부터 매년 퇴직연금이 정산된다. 따라서 정산 받은 퇴직연금을 늘리기 위해 가입자 본인이 직접 운용하고 관리해야 한다.

최근 DC형 퇴직연금 제도를 선택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직장인들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경험이 전무하거나 투자 지식을 접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을 적절히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퇴직연금이 가입되어 있는 금융회사 담당자에게 문의하거나 관리를 위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나은 수익률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한 고객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퇴직연금을 증권사 직원분이 관리해 주고 있는데요, 3년 동안 수익률이 10%밖에 안 돼요…. 오히려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둔 건 15% 정도 이자가 붙었어요. 전문가가 운용해 주는 게 은행 금리보다 못한 것 같아 증권사를 교체하려고요. 그동안 무관심하게 방치한 저의 잘못도 큰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직접 공부해서 관리해야 할 것 같아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아마도 퇴직연금을 관리하고 있는 대부분 직장인이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듯하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 3가지로 요약된다.
- 수익률이 나쁘니 증권사(담당자)를 바꿔보겠다.
- 관심을 가지고 직접 공부해 보겠다.
- 어디에 투자할지 알려달라.
투자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대안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첫째, 금융회사를 바꾸면 퇴직연금 수익률이 좋아질까?
퇴직연금은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다양한 금융회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지만, 이들은 운용 주체가 아닌 판매 대행사에 가깝다. 또한 각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퇴직연금 상품 구성은 대부분 유사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를 변경하더라도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담당자를 변경하더라도 미래 투자 수익을 예측하거나 보장받을 수는 없다. 담당자의 역할은 정보 제공과 절차 안내에 가깝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금융회사나 담당자의 변경은 부수적인 운용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일 뿐 수익률의 핵심 키는 아니다.
둘째, 직접 공부해서 투자하면 무조건 수익률이 좋아질까?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투자 공부는 필요하지만, 학습량이 곧 투자 수익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투자의 어려운 점이다. 금융 시장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나 거시 경제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지식이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업이 있는 일반 가입자가 과도하게 매매에 몰입하다 보면, 투입한 노력 대비 성과가 낮을 때 오는 허탈감이 크고 정작 집중해야 할 본업의 리듬까지 깨질 수 있다. 따라서 공부는 하되, 본업과 투자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정답을 알려달라는 요청은 왜 위험할까?
시장 상황은 매 순간 변하며, 타인에게 정답을 구하는 투자는 하락장에서 버틸 힘이 없다. 타인의 조언에만 의존하면 손실이 났을 때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나의 투자 성향과 은퇴 시점을 고려한 ‘나만의 기준’이 없으면 어떤 좋은 추천 상품도 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퇴직연금을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운용하는 전략은 무엇일까? 20여 년간 재무상담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는 가장 합리적인 투자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퇴직연금을 잘 관리하기 위해 좀 더 바람직한 방법은 없을까?

먼저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춰 투자자산 비중을 정한다. 본인이 원금 보장을 선호하는지, 원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선호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상품은 없다. 투자 성향이 공격적이라면 투자 비중을 70% 내외로, 중립적이라면 50%내외로, 안정적이라면 30% 내외로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투자 비중이 정해졌다면 해당되는 금액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내 주식 펀드, 해외 주식 펀드 뿐만 아니라 펀드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ETF 등 매우 다양한 펀드가 있다. 그중에서 필자는 퇴직연금 펀드로 TDF(Target Date Fund)를 추천한다.
TDF는 연금자산 운용에 최적화된 펀드로서,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전략을 통해 은퇴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글라이드 패스 전략이란, 은퇴시점이 멀수록 주식 비중을 늘려서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늘려서 안정적으로 운용해 주는 생애 주기별 자산배분 전략이다. 따라서 TDF 상품명에는 TDF2030, TDF2040, TDF2050 등 연도 숫자가 항상 따라다닌다. 연도 숫자는 목표로 하는 은퇴시점을 의미하므로 투자자 본인의 은퇴 목표시점에 해당하는 TDF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에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퇴직연금 운용은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매일매일 투자 시장을 연구하며 단기 수익에 집중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량한 펀드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놓고, 본업에서의 성장을 통해 투자 원금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확실한 은퇴 준비 전략이 될 수 있다.
교보 뉴스룸 최신 콘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