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70% 이상은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자산 구성은 소득이 있는 동안은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은퇴 후 고정 수입이 끊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데 생활비는 마련해야 하는 상황, 결코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내 집에 살면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주택은 있지만 노후 소득이 부족한 은퇴생활자라면 ‘주택연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007년 시행 이후 꾸준히 가입자가 늘고 있는 주택연금, 핵심 내용을 정리해 봤다.
주택연금이란?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는 주택을 팔지 않고 내 집에 살면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이런 상황을 위해 국가가 보증하는 제도다. 주택연금은 2007년도에 처음 시행되었고 노후연금이 부족한 은퇴생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거주하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내 집에 살면서 평생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 형태로 받는 구조다.

명칭은 연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에 가깝다. 일반 주택담보대출과의 차이점은 생전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않고, 사망 후에 정산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존 기간 동안 상환 부담 없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 조건은?
주택연금은 서민들의 노후 안정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일정한 가입 조건이 있다.
- 가입 연령: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
- 주택 가격: 주택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다주택자는 합산 기준)
- 거주 요건: 가입 주택에 실거주 필수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이상이어야 하며 주택의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이어야 한다. 다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으나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12억원을 초과하면 안 된다. 합계가 12억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의 경우에도 3년 이내에 1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다. 또한 반드시 실거주 해야 하며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전월세를 주고 있는 집은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
주택연금,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월지급금은 가입 나이와 주택 시세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많이 선택하는 종신지급형 방식의 경우 젊을 때 가입할수록 월지급금이 적고 나이들어 가입할수록 월지급금이 높아진다.
가입시점의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월지급금이 높아지는데 월지급금을 산출할 때는 공시가격이 아니라 시세(한국부동산원, KB 등)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따라서 주택연금을 많이 받으려면 나이가 많을수록 집값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어, 2026년 3월 기준, 70세에 시세 5억원 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면 월 154만원의 월지급금을 평생 수령할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예상연금조회 기준) 내 집에 살면서 매달 154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면 충분히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동일한 월지급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한 명이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의 평생 동안 동일한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부부 모두 사망하면 생전에 수령한 월지급금과 이자 및 각종 비용을 상환하게 되는데, 상환해야 할 금액이 주택가격 대비 적다면 남은 금액은 자녀가 상속받을 수 있다. 반면에 주택가격에 비해 상환해야 할 원리금이 더 많다 하더라도 차액을 자녀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으면서 시세 2.5억원 미만의 1주택자(부부 합산)라면 우대형 주택연금으로 가입할 수 있고, 일반형보다 최대 약 20%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한국주택금융공사 기준).
본인의 주택연금 예상 수령액은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주택연금에 대한 흔한 오해
주택연금이 매우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가입률은 낮은 편이다. 2026년 3월 현재 1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65세 노인인구가 1천만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렇다면 왜 주택연금 가입률이 저조할까? 주택연금 가입을 꺼리는 이유와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 알아보자.
Q.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집을 빼앗기지 않을까?
A. 그렇지 않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내 집을 빼앗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지만 이는 오해다. 주택연금에 가입한다고 해서 주택소유자 명의가 바뀌지 않는다. 국가가 담보권을 설정할 뿐, 소유권이 이전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주택연금에 가입하더라도 내 명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금을 받다가 가입자 사망 후 주택은 가족에게 상속된다. 사후에 자녀가 상속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Q. 주택연금의 이자와 비용이 너무 많지 않을까?
A. 주택연금이 담보대출인데 대출이자와 각종 비용이 높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실제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기준금리는 ‘코픽스(COFIX)*+0.85%’이며,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수준이다. 초기보증료와 연 보증료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 비용은 가입 시점에 납부하거나 연금액에서 차감하지 않고 사후에 정산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주택연금 가입자가 생전에 이자나 비용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코픽스(COFIX): 은행이 대출을 위해 자금을 마련할 때 드는 평균 비용 금리.
Q. 주택연금 대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A. 현실적으로 주택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자녀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에게 이 집 한 채라도 물려줘야지’라는 생각에 주택연금 가입을 주저한다. 자녀 입장에서도 상속받을 줄 알았던 주택이 사라지는 것을 반기기 어렵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주택연금 가입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 된다.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보다, 부모가 주택연금에 가입해서 재정적으로 안정된다면 부모는 부모대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 자녀는 자녀대로 부담없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부모자식 관계에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내 집은 있는데 노후 연금이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검토해볼 만하다. 주택연금은 아파트 빌라, 농가 등 주택 종류와 관계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특히 지방이나 외곽 지역 주택 중에 거래가 힘든 주택이 있다면, 주택연금에 가입해서 연금으로 받는 것이 부동산 자산을 실질적인 생활 소득으로 전환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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