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3

[‘달리는 의사’ 정세희의 내 몸 사용설명서] 살을 빼려면 덜 먹을까, 더 운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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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한 몸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체중 감량은 단골 새해 다짐이기도 합니다. 연초마다 유난히 붐비는 헬스장의 풍경은 익숙하며,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체중 감량 주사 이야기는 이제 한 번쯤은 다들 들어 보았을 만큼 대중화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미 이런 약으로 체중 감량 중인 분도 많을 겁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운동을 해왔고 일반인 중에서도 운동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제게 “그렇게 운동하니 체중 걱정은 없겠어요?” 라고 묻곤 합니다. 체중 걱정이 없으면 정말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달리기처럼 자기 체중을 온전히 버텨야 하는 운동은 일반적으로 몸이 가벼울수록 유리합니다. 몸이 무거우면 하체가 견뎌야 하는 하중도 그만큼 더 늘어나 부상 위험이 커지고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너 중에는 통상적인 건강 체중보다도 더 낮은 체중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세희 교수님 4편 효과적인 다이어트

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하듯, 아무리 꾸준히 오래, 또 많이 달려도, 살은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체중 감량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반대로 체중 증가는 너무 쉽고 빠르게 느껴집니다.

살이 찌고 빠지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쓰는 칼로리보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많으면 살이 찌고, 그 반대면 빠집니다. 마찬가지로 체중을 줄이는 방법 역시 간단합니다.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많이 쓰면 됩니다.

섭취 칼로리는 내가 먹은 음식의 양, 음식의 칼로리 밀도(조금 먹고 포만감도 별로 들지 않는데 고칼로리인 음식이 칼로리 밀도가 높습니다), 영양 조성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소비 칼로리는 내 몸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소화, 대사, 회복, 복원 등에 쓰는) 기본 칼로리와 신체 활동을 통해 소모되는 칼로리 등이 결정합니다.

현재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에 달합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고칼로리 음식과 초가공식품의 소비는 월등히 늘었습니다. 반면, 기술의 발전으로 신체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즉, 예전보다 에너지를 덜 쓰는 몸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1 를 살펴보면, 1960년에 비해 2010년 미국 남성이 직장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빨간 선)는 많이 감소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줄어든 활동으로 인해 덜 쓰게 된 칼로리만큼 체중이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추정 계산한 ‘예상 체중(주황색 막대)’이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밝힌 미국 남성들의 ‘실제 체중(파란색 막대)’ 데이터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신체 활동량의 감소가 현대인 비만의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정세희 ep04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많이 먹는 것’과 ‘덜 움직이는 것’ 중 무엇이 우리를 더 살찌게 할까요? 다시 말해, 살을 빼려면 식단을 조절해야 할까요, 운동을 더 해야 할까요?

최근, 이 질문에 대해 ‘칼로리 섭취와 칼로리 소비 중 체중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며 ‘그 비중은 얼마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연구2 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6개 대륙, 34개 인구 집단의 총 4,213명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와 체지방률을 측정하고 이들의 소비 칼로리와 섭취 칼로리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운동 등으로 쓰는 소비 칼로리(총소비 에너지)는 체지방률이나 체질량지수(BMI) 증가 원인의 겨우 10분의 1 정도밖에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섭취 칼로리의 증가가 소비 칼로리의 감소보다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무려 10배 정도 더 컸습니다.

정세희 교수님 4편 효과적인 다이어트

즉 체중 감량의 성패는 ‘운동량’보다 ‘섭취 칼로리 관리’와 ‘식단’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물론 이 연구 방법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체중이 쉽게 줄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결과임은 분명합니다. 최근 식욕 중추에 작용하는 주사와 약물이 체중 감량에 큰 효과를 보이는 것 역시, 결국 핵심은 ‘얼마나 먹느냐’에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감량보다 중요한 것이 ‘유지’입니다. 체중을 줄이는 데에는 식단이 결정적이지만, 감량한 체중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에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운동은 단순히 칼로리를 소모하는 수단을 넘어, 기초대사량을 지키고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이어트의 핵심은 단기적인 감량이 아니라, 식단 조절과 운동을 균형 있게 병행하며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체중 감량은 시작일 뿐, 진짜 목표는 건강한 몸을 오래 유지하는 것입니다.


참고 문헌

  1. Church, T., & Martin, C. K. (2018). The obesity epidemic: a consequence of reduced energy expenditure and the uncoupling of energy intake?. Obesity26(1), 14-16. ↩︎
  2. McGrosky, A., Luke, A., Arab, L., Bedu-Addo, K., Bonomi, A. G., Bovet, P., … & IAEA DLW Database Consortium. (2025). Energy expenditure and obesity across the economic spectru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2(29), e2420902122. ↩︎

about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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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달리는 의사’ 정세희, 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서울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20년 넘게 러닝과 뇌과학의 연결성을 몸소 실천하고 연구해 온 ‘브레인러너(Brain Runner)’로
저서 <길 위의 뇌>등을 통해 뇌와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게끔 돕고 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교보생명 뉴스룸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합니다.

[‘달리는 의사’ 정세희의 내 몸 사용설명서] 살을 빼려면 덜 먹을까, 더 운동할까? 날씬한 몸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체중 감량은 단골 새해 다짐이기도 합니다. 연초마다 유난히 붐비는 헬스장의 풍경은 익숙하며,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체중 감량 주사 이야기는 이제 한 번쯤은 다들 들어 보았을 만큼 대중화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미 이런 약으로 체중 감량 중인 분도 많을 겁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운동을 해왔고 일반인 중에서도 운동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제게 “그렇게 운동하니 체중 걱정은 없겠어요?” 라고 묻곤 합니다. 체중 걱정이 없으면 정말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달리기처럼 자기 체중을 온전히 버텨야 하는 운동은 일반적으로 몸이 가벼울수록 유리합니다. 몸이 무거우면 하체가 견뎌야 하는 하중도 그만큼 더 늘어나 부상 위험이 커지고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너 중에는 통상적인 건강 체중보다도 더 낮은 체중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하듯, 아무리 꾸준히 오래, 또 많이 달려도, 살은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체중 감량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반대로 체중 증가는 너무 쉽고 빠르게 느껴집니다. 살이 찌고 빠지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쓰는 칼로리보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많으면 살이 찌고, 그 반대면 빠집니다. 마찬가지로 체중을 줄이는 방법 역시 간단합니다.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많이 쓰면 됩니다. 섭취 칼로리는 내가 먹은 음식의 양, 음식의 칼로리 밀도(조금 먹고 포만감도 별로 들지 않는데 고칼로리인 음식이 칼로리 밀도가 높습니다), 영양 조성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소비 칼로리는 내 몸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소화, 대사, 회복, 복원 등에 쓰는) 기본 칼로리와 신체 활동을 통해 소모되는 칼로리 등이 결정합니다. 현재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에 달합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고칼로리 음식과 초가공식품의 소비는 월등히 늘었습니다. 반면, 기술의 발전으로 신체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즉, 예전보다 에너지를 덜 쓰는 몸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1 를 살펴보면, 1960년에 비해 2010년 미국 남성이 직장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빨간 선)는 많이 감소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줄어든 활동으로 인해 덜 쓰게 된 칼로리만큼 체중이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추정 계산한 ‘예상 체중(주황색 막대)’이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밝힌 미국 남성들의 ‘실제 체중(파란색 막대)’ 데이터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신체 활동량의 감소가 현대인 비만의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많이 먹는 것’과 ‘덜 움직이는 것’ 중 무엇이 우리를 더 살찌게 할까요? 다시 말해, 살을 빼려면 식단을 조절해야 할까요, 운동을 더 해야 할까요? 최근, 이 질문에 대해 ‘칼로리 섭취와 칼로리 소비 중 체중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며 ‘그 비중은 얼마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연구2 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6개 대륙, 34개 인구 집단의 총 4,213명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와 체지방률을 측정하고 이들의 소비 칼로리와 섭취 칼로리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운동 등으로 쓰는 소비 칼로리(총소비 에너지)는 체지방률이나 체질량지수(BMI) 증가 원인의 겨우 10분의 1 정도밖에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섭취 칼로리의 증가가 소비 칼로리의 감소보다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무려 10배 정도 더 컸습니다. 즉 체중 감량의 성패는 ‘운동량’보다 ‘섭취 칼로리 관리’와 ‘식단’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물론 이 연구 방법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체중이 쉽게 줄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결과임은 분명합니다. 최근 식욕 중추에 작용하는 주사와 약물이 체중 감량에 큰 효과를 보이는 것 역시, 결국 핵심은 ‘얼마나 먹느냐’에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감량보다 중요한 것이 ‘유지’입니다. 체중을 줄이는 데에는 식단이 결정적이지만, 감량한 체중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에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운동은 단순히 칼로리를 소모하는 수단을 넘어, 기초대사량을 지키고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이어트의 핵심은 단기적인 감량이 아니라, 식단 조절과 운동을 균형 있게 병행하며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체중 감량은 시작일 뿐, 진짜 목표는 건강한 몸을 오래 유지하는 것입니다. 참고 문헌 Church, T., & Martin, C. K. (2018). The obesity epidemic: a consequence of reduced energy expenditure and the uncoupling of energy intake?. Obesity, 26(1), 14-16. ↩︎McGrosky, A., Luke, A., Arab, L., Bedu-Addo, K., Bonomi, A. G., Bovet, P., … & IAEA DLW Database Consortium. (2025). Energy expenditure and obesity across the economic spectru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2(29), e2420902122. ↩︎ aboutAUTHOR정세희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달리는 의사’ 정세희, 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서울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20년 넘게 러닝과 뇌과학의 연결성을 몸소 실천하고 연구해 온 ‘브레인러너(Brain Runner)’로저서 <길 위의 뇌>등을 통해 뇌와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게끔 돕고 있다.※ 이 칼럼의 내용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교보생명 뉴스룸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합니다. ‘달리는 의사’ 정세희의 내 몸 사용설명서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