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3

[‘달리는 의사’ 정세희 교수의 내 몸 사용설명서] 60세 이상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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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더 건강한 생활을 하시도록 이런저런 조언을 드립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제가 정말 많이 듣는 답변은 “아이고, 이 나이에 그렇게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입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저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하시는 그 말씀처럼 과연 나이가 들면 생활습관을 바꿔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까요? 나이가 들었으면 그냥 살던 대로 살아야 할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나이가 많아도 생활습관을 바꾸면 치매를 막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이에 대해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의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임상 시험의 이름은 US POINTER1입니다.

60세에서 79세까지 2111명이 연구에 참여했는데, 이들은 모두 인지 기능의 저하 위험 있다고 판정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판정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주일 동안 중간 강도 운동이 1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2. 건강하지 않은 식사를 한다.
  3. 다음 다섯 가지 중 두 가지 이상해당된다.
    • 직계가족 중 기억력이 떨어진 사람이 있다.
    • 성인병(대사질환)의 위험군이다. (수축기 혈압 125mmHg 이상, LDL 콜레스테롤 115mg/dL 이상, 당화혈색소 6.0% 이상)
    • 미국 내 치매 예방 연구에서 사회적·환경적 위험 요인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인종·민족집단(흑인, 히스패닉 등)에 속한다.2
    • 나이가 70세 이상이다.
    • 남성이다.

연구 기간 동안 참가자들이 바꿀 생활습관1) 운동, 2) 식사, 3) 심혈관계 건강, 4) 인지 활동, 5) 사회적 관계 형성 등 다섯 가지였습니다. 이것은 모든 참가자들이 같았습니다.

정세희 ep03

다만 참가자들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1,056명(이하 ‘체계군’)은 체계적인 생활습관 교정을 받았고, 나머지 1,055명(이하 ‘자가군’)은 바람직한 생활습관에 대해 교육을 받은 다음 스스로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했습니다.

체계군 사람들이 한 생활습관 교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30분 이상 중간 강도 이상의 유산소운동 일주일에 네 번
  • 15분 이상 근력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
  •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일주일에 두 번

식단은 MIND 식단(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단의 장점을 합친 식단)을 따르도록 했고, 주 3회 15분 이상 컴퓨터 인지훈련을 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블루베리 사라고 매달 10달러씩을 지급했다고 하네요(이 사람들만 받은 것은 아니고, 자가군 사람들도 비슷한 금액을 받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자가군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생활습관을 관리하도록 맡겼기 때문에 (물론 이들도 가끔 만나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격려하기도 했지만) 생활습관이 상대적으로 체계군에 비해서는 잘 고쳐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체계군과 자가군은 나이도, 성별 구성도, 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건강도, 모두 거의 같았습니다. 게다가 치매 유전자인 APOE e4 보유자의 비율도 같았고 치매 가족력을 가진 사람의 비율도 같았습니다. 참가자들의 인지 기능도 두 군이 모두 정상 범위로 같았습니다. 어쩜 이렇게 참가자들을 비슷하게 두 군으로 나누었는지 놀라울 정도였죠.

처음엔 이렇게 거의 비슷했던 사람들이 2년이 지나자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연구를 진행하는 2년 동안 연구진은 총 네 번에 걸쳐 이들의 인지 기능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 그래프와 같았습니다.

정세희 ep03

체계군에서는 인지 기능의 총점이 일 년에 0.243점이 좋아진 반면, 자가군은 일 년에 0.213점 좋아지는 데 그쳤습니다. 인지 기능의 변화는 두 군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한, 이런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치매 유전자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즉, 치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생활습관을 바꾸면 치매 유전자가 없는 사람과 똑같은 정도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령이더라도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꿔 건강하게 살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한 생활습관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실천하느냐 실천하지 않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연구에서 보았듯,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나이가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애쓴다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치매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운동, 식사, 두뇌활동, 사회적 관계 등 내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고, 더 좋은 습관으로 바꾸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 봅시다.


참고 문헌

  1. Baker, L. D., Espeland, M. A., Whitmer, R. A., Snyder, H. M., Leng, X., Lovato, L., … & Carrillo, M. C. (2025). Structured vs self-guided multidomain lifestyle interventions for global cognitive function: the US POINTER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334(8), 681-691. ↩︎
  2. Whitmer, R. A., Baker, L. D., Carrillo, M. C., Snyder, H. M., Lovato, L., Papp, K. V., … & Espeland, M. A. (2025). Baseline characteristics of the U.S. Study to Protect Brain Health Through Lifestyle Intervention to Reduce Risk (U.S. POINTER): Successful enrollment of a diverse clinical trial cohort at risk for cognitive decline. Alzheimer’s & Dementia, 21(6), e70351.  ↩︎

about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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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달리는 의사’ 정세희, 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서울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20년 넘게 러닝과 뇌과학의 연결성을 몸소 실천하고 연구해 온 ‘브레인러너(Brain Runner)’로
저서 <길 위의 뇌>등을 통해 뇌와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게끔 돕고 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교보생명 뉴스룸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합니다.

[‘달리는 의사’ 정세희 교수의 내 몸 사용설명서] 60세 이상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이것’은? 저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더 건강한 생활을 하시도록 이런저런 조언을 드립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제가 정말 많이 듣는 답변은 “아이고, 이 나이에 그렇게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입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저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하시는 그 말씀처럼 과연 나이가 들면 생활습관을 바꿔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까요? 나이가 들었으면 그냥 살던 대로 살아야 할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나이가 많아도 생활습관을 바꾸면 치매를 막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이에 대해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의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임상 시험의 이름은 US POINTER1입니다. 60세에서 79세까지 2111명이 연구에 참여했는데, 이들은 모두 인지 기능의 저하 위험이 있다고 판정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판정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주일 동안 중간 강도 운동이 1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건강하지 않은 식사를 한다. 다음 다섯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된다. 직계가족 중 기억력이 떨어진 사람이 있다. 성인병(대사질환)의 위험군이다. (수축기 혈압 125mmHg 이상, LDL 콜레스테롤 115mg/dL 이상, 당화혈색소 6.0% 이상) 미국 내 치매 예방 연구에서 사회적·환경적 위험 요인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인종·민족집단(흑인, 히스패닉 등)에 속한다.2 나이가 70세 이상이다. 남성이다. 연구 기간 동안 참가자들이 바꿀 생활습관은 1) 운동, 2) 식사, 3) 심혈관계 건강, 4) 인지 활동, 5) 사회적 관계 형성 등 다섯 가지였습니다. 이것은 모든 참가자들이 같았습니다. 다만 참가자들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1,056명(이하 ‘체계군’)은 체계적인 생활습관 교정을 받았고, 나머지 1,055명(이하 ‘자가군’)은 바람직한 생활습관에 대해 교육을 받은 다음 스스로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했습니다. 체계군 사람들이 한 생활습관 교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30분 이상 중간 강도 이상의 유산소운동 일주일에 네 번 15분 이상 근력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일주일에 두 번 식단은 MIND 식단(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단의 장점을 합친 식단)을 따르도록 했고, 주 3회 15분 이상 컴퓨터 인지훈련을 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블루베리 사라고 매달 10달러씩을 지급했다고 하네요(이 사람들만 받은 것은 아니고, 자가군 사람들도 비슷한 금액을 받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자가군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생활습관을 관리하도록 맡겼기 때문에 (물론 이들도 가끔 만나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격려하기도 했지만) 생활습관이 상대적으로 체계군에 비해서는 잘 고쳐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체계군과 자가군은 나이도, 성별 구성도, 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건강도, 모두 거의 같았습니다. 게다가 치매 유전자인 APOE e4 보유자의 비율도 같았고 치매 가족력을 가진 사람의 비율도 같았습니다. 참가자들의 인지 기능도 두 군이 모두 정상 범위로 같았습니다. 어쩜 이렇게 참가자들을 비슷하게 두 군으로 나누었는지 놀라울 정도였죠. 처음엔 이렇게 거의 비슷했던 사람들이 2년이 지나자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연구를 진행하는 2년 동안 연구진은 총 네 번에 걸쳐 이들의 인지 기능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 그래프와 같았습니다. 체계군에서는 인지 기능의 총점이 일 년에 0.243점이 좋아진 반면, 자가군은 일 년에 0.213점 좋아지는 데 그쳤습니다. 인지 기능의 변화는 두 군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한, 이런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치매 유전자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즉, 치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생활습관을 바꾸면 치매 유전자가 없는 사람과 똑같은 정도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령이더라도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꿔 건강하게 살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한 생활습관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실천하느냐 실천하지 않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연구에서 보았듯,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나이가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애쓴다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치매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운동, 식사, 두뇌활동, 사회적 관계 등 내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고, 더 좋은 습관으로 바꾸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 봅시다. 참고 문헌 Baker, L. D., Espeland, M. A., Whitmer, R. A., Snyder, H. M., Leng, X., Lovato, L., … & Carrillo, M. C. (2025). Structured vs self-guided multidomain lifestyle interventions for global cognitive function: the US POINTER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334(8), 681-691. ↩︎Whitmer, R. A., Baker, L. D., Carrillo, M. C., Snyder, H. M., Lovato, L., Papp, K. V., … & Espeland, M. A. (2025). Baseline characteristics of the U.S. Study to Protect Brain Health Through Lifestyle Intervention to Reduce Risk (U.S. POINTER): Successful enrollment of a diverse clinical trial cohort at risk for cognitive decline. Alzheimer’s & Dementia, 21(6), e70351.  ↩︎ aboutAUTHOR정세희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달리는 의사’ 정세희, 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서울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20년 넘게 러닝과 뇌과학의 연결성을 몸소 실천하고 연구해 온 ‘브레인러너(Brain Runner)’로저서 <길 위의 뇌>등을 통해 뇌와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게끔 돕고 있다.※ 이 칼럼의 내용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교보생명 뉴스룸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합니다. ‘달리는 의사’ 정세희의 내 몸 사용설명서 시리즈